세계유산위 “일, 사도광산 전체 역사 포괄적으로 다뤄야”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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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6-07-18 20:32본문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이 제출한 사도광산 관련 이행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룰 것”을 권고했다. 2024년 세계문화유산에 사도광산이 등재된 뒤 사도광산에서 이뤄진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소개하라는 세계유산위 권고를 일본이 지키지 않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외교부는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15일 공개된 세계유산위 결정문 초안을 보면, 세계유산위는 “일본 측이 추가 조치를 취한 점은 인정하나, 해석·전시 전략과 시설이 전체 역사를 현장에서 포괄적으로 어떻게 다루는지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가 놓인 당시 상황을 보여줄 전시물 등을 설치해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알리라는 뜻이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1500여명이 강제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일한 곳이다. 일본은 2022년 2월과 2023년 1월 세계유산위에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세계유산위 자문기구는 2024년 6월 일본의 신청서를 검토한 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보류를 권고했다. 그러면서 강제동원이 포함된 전체 역사를 알리는 시설물 설치 등을 권고했다.
이후 한·일 양국은 한국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찬성하는 대신, 일본이 조선인 노동자의 강제동원 역사를 설명하는 전시물을 광산 인근 박물관에 전시하기로 합의했다. 2024년 7월 한국을 비롯한 21개 위원국이 모두 찬성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됐다.
유산 등재 직후 일본은 사도광산 관리사무소로 쓰였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가 있었다는 사실만 전시했다. 전시물에는 조선인 노동자 강제동원을 나타내는 표현이 누락돼 있다.
세계유산위의 이번 결정문 초안은 지난해 12월 일본이 제출한 권고사항 이행보고서를 검토한 뒤 나왔다. 세계유산위는 이행보고서를 토대로 일본이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강제동원의 역사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세계유산위는 결정문 초안에서 일본 측에 “진전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정기적으로 알릴 것”을 요청하며 “해석·전시 전략 개선을 위해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룰 것”도 권고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권고 이행 상황 보고서를 2027년 12월1일까지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해달라”고 했다.
정부는 “권고 이행이 충분하지 않으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우리 측의 일관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며 “유네스코 사무국 및 관계국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필요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이 사도광산의 조선인 강제노역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자 2024년과 지난해 일본이 주도하는 추도 행사에 불참하고 별도 추도식을 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사도광산과 관련해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가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군함도(하시마 탄광)와 관련해서도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제대로 전시하지 않는 등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이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지만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세계유산 1248건 중 등재 취소 사례는 3건뿐으로, 이마저도 유산 훼손 등 사유에 국한됐다.
세계유산위의 사도광산 관련 최종 결정문은 오는 19~29일 부산에서 열리는 48차 세계유산위 본회의에서 검토한 뒤 확정된다.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의 한 합주실, 포크록의 전설 장필순(63)이 밴드 멤버들과 마주한 채 마이크를 잡았다. 낮게 읊조리는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는 29년 전 처음 발표됐던 음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합주 전 인근의 카페에서 만난 장필순은 “음악의 최전선과는 많이 멀어진 삶을 살고 있지만 아직 음악을 향한 열망은 식지 않았다”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앨범을 내기 위해 늘 치열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서문탁 “여성성·남성성 틀 벗어나자 다양한 아티스트 보이게 됐죠”
[플랫]김윤아 “세상은 여자가 바꾸잖아요. 제 앞에 ‘여성’을 세우는건 늘 자랑스럽죠”
1984년 가수 김선희와 함께 그룹 소리두울로 데뷔한 장필순은 올해로 노래를 시작한 지 42년이 됐다. 장필순은 한국 포크 음악을 상징하는 여성 아티스트다. 소리두울 활동 시기 동아기획에 발탁된 그는 1989년 앨범 <어느새>로 솔로로 데뷔했다. 서늘한 느낌을 주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데뷔와 동시에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정규 5집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1997)와 6집 <수니 6>(2002)는 현시대 최고 명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장필순이 걸어온 길은 한국 포크의 역사이자 여성 음악인의 역사다. 장필순은 1990년대 초반 함께 활동하던 가수 중 거의 유일한 여성이었다. 조동진, 빛과 소금, 신촌 블루스 등 걸출한 아티스트가 속했던 동아기획에 여성은 한영애와 장필순 둘뿐이었다. “그때 여자들은 말도 안 되는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을 해야 했어요. 저도 그랬고요. 지금은 재능이 있으면 여성이어도 멋지게 보잖아요. 여자가 이런 음악을 해? 하는 시선도 많이 사라졌죠.”
그는 “당시에는 여성이라서 특별히 힘들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며 “고집 센 남성 음악가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 노력한 덕에 강인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세상은 그를 ‘포크 여제’ 혹은 ‘포크계의 대모’ 등으로 불렀다. 장필순은 그런 호칭에 대해 “그때만 해도 여성 뮤지션 자체가 없었다. 양희은·한영애 선배님 정도가 전부였다”며 “여성이 없던 시절을 버텨내준 존재라 그렇게 불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필순의 음악 인생은 2005년 당시 파트너였던 남편 조동익과 함께 제주도행을 택하며 달라졌다. 당시 가요계를 떠난 이유를 묻자 장필순은 “내가 옹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온 에너지를 쏟아 6집을 발표했는데, 세상 사람들이 음악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혼란스러웠어요. 반응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도시적인 것에 대한 염증이라고 할까요.” 6집 <수니 6>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대중적 인기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오랜 제주 생활 끝에 자신만의 호흡으로 음악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되찾았다. 2013년 7집으로 가요계에 돌아온 그는 2018년 발매한 정규 9집 <수니 에잇 : 소길 花>로 이듬해 열린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팝음반’ 상을 받았다. 모던록, 전자음악, 앰비언트 등 시간이 갈수록 그의 음악 스펙트럼은 날로 넓어졌지만, ‘포크 정신’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포크 정신은 삶에 대한 정신이에요. 추상적이더라도 세상을 포용할 수 있는 이야기, 사람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걸 건드리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저는 음악은 보는 게 아니라 듣는 거라고 배웠어요. 귀로는 음악을 듣고 눈으로는 세상 다른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것. 감성이나 마음의 움직임을 줄 수 있는 게 포크라고 생각해요.”
장필순이 음악보다 제주의 떠돌이 강아지를 돌보고 삶을 가꾸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 지도 21년이 됐다. 그는 음악에 온 힘을 쏟지 못해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면서도 음악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고 했다. 장필순은 “아직도 새로운 음악을 발굴하고 후배들에게 공유하는 게 정말 즐겁다”며 “호기심이 드는 장르가 있다면 사운드부터 재밌게 공부하면서 배우고 있다”고 했다.
최근까지도 작은 무대들에서 관객들과 소통해온 장필순은 다음 달 1일 출연하는 ‘2026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 준비로 분주하다. 그가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건 2014년 이후 처음이다. 1990년대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온 연주자들과 무대에 오른다. 장필순은 “처음에 섭외가 왔을 때는 ‘나를 왜 부른 걸까’ 싶었다”면서도 “이전에 함께 즐겁게 공연을 했던 멤버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고민 끝에 수락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장필순은 다시 한번 음악에 대해 말했다. “인간이 살아있는 한 음악은 있을 거예요. 그러니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비즈니스, 돈보다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파고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이 마음속에 숨 쉬었으면 좋겠어요. 이게 답은 아니지만 그거면 된 거 아닐까요.”
▼ 서현희 기자 h2@khan.kr
3대 메가프로젝트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규모나 속도나 광풍이다. 정부는 우리가 도약이냐 추락이냐를 가르는 기로에 서 있다고 연일 강조한다. 반도체 생태계를 무대로 본다면 가히 그렇다. 인공지능에 미래를 건 대자본들이 달려들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갈등의 핵심에도 반도체가 있다. 기술을 선점하고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와중에 메모리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한국에 돈다발이 쌓이고 있다. 이때다! 반도체 생산을 증폭하고 데이터센터를 대거 건설하고 피지컬 AI로 달려나가자!
무대를 우리 삶의 생태계로 옮겨서 보면 어떨까? ‘삼전닉스’가 역대 수출 기록을 경신하고 코스피 지수를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동안 무엇이 달라졌나. 2000년 이후 실업률은 최고를 기록했고 실질임금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100만명을 넘겼고 폐업률은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집값과 전월세가 들썩여 불안해졌고, 금리를 인상한다는 소식에 빚 갚을 일이 아득해졌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추락하고 있었다. 정부가 구조적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다. 격차가 심화되도록 틀 지워진 구조를 바꾸는 일이 늘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우호적 평가를 낳고 있다. 창원-기계, 거제-조선 같은 이름처럼 광주-반도체, 새만금-로봇 같은 이름을 얻으면 균형발전이 가능해질 것처럼 상상된다. 지역을 자본에 안기느라 쫓겨난 사람들, 불황의 늪에 빠져 떠나는 사람들은 그 이름 안에 없다. 게다가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가 압도적 규모의 물과 전기를 먹어치우며 내놓는 일자리는 제조업의 절반도 안 된다. 호황이 인들 지역이 윤택해지기 어렵다. 기업 투자를 놓고 경쟁하는 동안 지역에 그나마 남은 자생력까지 자본에 먹힐 것이다.
취임사에서 ‘박정희 정책’을 쓰겠다 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도약의 기억을 재현하고 싶은 듯하다. 연평균 10%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1인당 국민소득이 20배 늘어난 시기. 지표만이 아니다. 실업률이 하락하고 실질임금이 오르는 등 삶에 체감되는 변화가 있었다. 덕분에 그는 ‘독재는 했지만 경제는 잘한’ 인물로 기억된다. 그가 경로화한 경제구조는 후일 크고 작은 위기를 낳았고 2000년대 이후 경제성장 지표는 더는 ‘먹고사는 문제’와 연동되지 않는다. 그래도 ‘성장을 이룰 강한 지도자’의 기억은 살아남았다.
이재명 정부는 “기업의 시간표”에 맞춰 “국가 전 구성원이 단결하는” 총동원체제를 선포했다. 박정희 정부는 ‘정권의 시간표’에 맞췄다는 것이 다를까, ‘우리의 시간표’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재벌을 위한 총동원, 숫자만 내세우는 총동원이라는 점에서는 판박이다. 인공지능 투자 전망이 분분한 가운데 왜 우리 운명을 인공지능에 맡겨야 하느냐 질문할 자리는 없다. 살림이 피기를 바라는 마음들은 자본에 동원된다.
버려진 사람들은 기억되지 않았다. 마산 수출자유지역의 여성노동자, 양구 댐 수몰지역의 주민들, 농가부채에 짓눌린 농민들… 저항하는 이들은 방해꾼이 될 것이다.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 물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농민, 원전과 송전탑을 이고 살지 않겠다는 주민들, 인공지능에 정보든 암묵지든 넘겨주지 않겠다는 사람들… 대체불가한 삶들을 지우며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구호가 아찔하다.
민주주의 인식 조사에서 한국은 오랫동안 경제발전을 더 선호하는 결과를 보였다. 경제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 나라들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례적 현상이다. 지난해, 30년 만에 민주주의에 대한 선호가 경제발전을 앞질렀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사태를 겪은 후의 변화다. 동시에 우리는 경제적 불안과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권위주의에 대한 기대로 쏠리는 세계적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 앞에 두 가지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민주주의가 성장에 밀리지 않도록 지키는 일, 동시에 민주주의야말로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를 성장의 허상으로부터 탈환할 길임을 확인해가는 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세계정치학회 연설에서 “민주주의가 밥 먹여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광주에서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민주주의를 만들고 지켜온 호남에 대한 보상’이라고 했다. 메가프로젝트는 밥 먹여주지 않으며 민주주의는 반도체로 보상될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밥 지을 방법을 우리가 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우리의 땅, 물, 전기, 시간, 노동이, 광풍에 쓸려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
15일 공개된 세계유산위 결정문 초안을 보면, 세계유산위는 “일본 측이 추가 조치를 취한 점은 인정하나, 해석·전시 전략과 시설이 전체 역사를 현장에서 포괄적으로 어떻게 다루는지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가 놓인 당시 상황을 보여줄 전시물 등을 설치해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알리라는 뜻이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1500여명이 강제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일한 곳이다. 일본은 2022년 2월과 2023년 1월 세계유산위에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세계유산위 자문기구는 2024년 6월 일본의 신청서를 검토한 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보류를 권고했다. 그러면서 강제동원이 포함된 전체 역사를 알리는 시설물 설치 등을 권고했다.
이후 한·일 양국은 한국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찬성하는 대신, 일본이 조선인 노동자의 강제동원 역사를 설명하는 전시물을 광산 인근 박물관에 전시하기로 합의했다. 2024년 7월 한국을 비롯한 21개 위원국이 모두 찬성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됐다.
유산 등재 직후 일본은 사도광산 관리사무소로 쓰였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가 있었다는 사실만 전시했다. 전시물에는 조선인 노동자 강제동원을 나타내는 표현이 누락돼 있다.
세계유산위의 이번 결정문 초안은 지난해 12월 일본이 제출한 권고사항 이행보고서를 검토한 뒤 나왔다. 세계유산위는 이행보고서를 토대로 일본이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강제동원의 역사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세계유산위는 결정문 초안에서 일본 측에 “진전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정기적으로 알릴 것”을 요청하며 “해석·전시 전략 개선을 위해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룰 것”도 권고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권고 이행 상황 보고서를 2027년 12월1일까지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해달라”고 했다.
정부는 “권고 이행이 충분하지 않으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우리 측의 일관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며 “유네스코 사무국 및 관계국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필요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이 사도광산의 조선인 강제노역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자 2024년과 지난해 일본이 주도하는 추도 행사에 불참하고 별도 추도식을 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사도광산과 관련해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가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군함도(하시마 탄광)와 관련해서도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제대로 전시하지 않는 등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이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지만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세계유산 1248건 중 등재 취소 사례는 3건뿐으로, 이마저도 유산 훼손 등 사유에 국한됐다.
세계유산위의 사도광산 관련 최종 결정문은 오는 19~29일 부산에서 열리는 48차 세계유산위 본회의에서 검토한 뒤 확정된다.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의 한 합주실, 포크록의 전설 장필순(63)이 밴드 멤버들과 마주한 채 마이크를 잡았다. 낮게 읊조리는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는 29년 전 처음 발표됐던 음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합주 전 인근의 카페에서 만난 장필순은 “음악의 최전선과는 많이 멀어진 삶을 살고 있지만 아직 음악을 향한 열망은 식지 않았다”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앨범을 내기 위해 늘 치열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서문탁 “여성성·남성성 틀 벗어나자 다양한 아티스트 보이게 됐죠”
[플랫]김윤아 “세상은 여자가 바꾸잖아요. 제 앞에 ‘여성’을 세우는건 늘 자랑스럽죠”
1984년 가수 김선희와 함께 그룹 소리두울로 데뷔한 장필순은 올해로 노래를 시작한 지 42년이 됐다. 장필순은 한국 포크 음악을 상징하는 여성 아티스트다. 소리두울 활동 시기 동아기획에 발탁된 그는 1989년 앨범 <어느새>로 솔로로 데뷔했다. 서늘한 느낌을 주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데뷔와 동시에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정규 5집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1997)와 6집 <수니 6>(2002)는 현시대 최고 명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장필순이 걸어온 길은 한국 포크의 역사이자 여성 음악인의 역사다. 장필순은 1990년대 초반 함께 활동하던 가수 중 거의 유일한 여성이었다. 조동진, 빛과 소금, 신촌 블루스 등 걸출한 아티스트가 속했던 동아기획에 여성은 한영애와 장필순 둘뿐이었다. “그때 여자들은 말도 안 되는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을 해야 했어요. 저도 그랬고요. 지금은 재능이 있으면 여성이어도 멋지게 보잖아요. 여자가 이런 음악을 해? 하는 시선도 많이 사라졌죠.”
그는 “당시에는 여성이라서 특별히 힘들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며 “고집 센 남성 음악가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 노력한 덕에 강인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세상은 그를 ‘포크 여제’ 혹은 ‘포크계의 대모’ 등으로 불렀다. 장필순은 그런 호칭에 대해 “그때만 해도 여성 뮤지션 자체가 없었다. 양희은·한영애 선배님 정도가 전부였다”며 “여성이 없던 시절을 버텨내준 존재라 그렇게 불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필순의 음악 인생은 2005년 당시 파트너였던 남편 조동익과 함께 제주도행을 택하며 달라졌다. 당시 가요계를 떠난 이유를 묻자 장필순은 “내가 옹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온 에너지를 쏟아 6집을 발표했는데, 세상 사람들이 음악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혼란스러웠어요. 반응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도시적인 것에 대한 염증이라고 할까요.” 6집 <수니 6>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대중적 인기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오랜 제주 생활 끝에 자신만의 호흡으로 음악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되찾았다. 2013년 7집으로 가요계에 돌아온 그는 2018년 발매한 정규 9집 <수니 에잇 : 소길 花>로 이듬해 열린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팝음반’ 상을 받았다. 모던록, 전자음악, 앰비언트 등 시간이 갈수록 그의 음악 스펙트럼은 날로 넓어졌지만, ‘포크 정신’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포크 정신은 삶에 대한 정신이에요. 추상적이더라도 세상을 포용할 수 있는 이야기, 사람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걸 건드리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저는 음악은 보는 게 아니라 듣는 거라고 배웠어요. 귀로는 음악을 듣고 눈으로는 세상 다른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것. 감성이나 마음의 움직임을 줄 수 있는 게 포크라고 생각해요.”
장필순이 음악보다 제주의 떠돌이 강아지를 돌보고 삶을 가꾸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 지도 21년이 됐다. 그는 음악에 온 힘을 쏟지 못해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면서도 음악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고 했다. 장필순은 “아직도 새로운 음악을 발굴하고 후배들에게 공유하는 게 정말 즐겁다”며 “호기심이 드는 장르가 있다면 사운드부터 재밌게 공부하면서 배우고 있다”고 했다.
최근까지도 작은 무대들에서 관객들과 소통해온 장필순은 다음 달 1일 출연하는 ‘2026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 준비로 분주하다. 그가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건 2014년 이후 처음이다. 1990년대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온 연주자들과 무대에 오른다. 장필순은 “처음에 섭외가 왔을 때는 ‘나를 왜 부른 걸까’ 싶었다”면서도 “이전에 함께 즐겁게 공연을 했던 멤버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고민 끝에 수락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장필순은 다시 한번 음악에 대해 말했다. “인간이 살아있는 한 음악은 있을 거예요. 그러니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비즈니스, 돈보다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파고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이 마음속에 숨 쉬었으면 좋겠어요. 이게 답은 아니지만 그거면 된 거 아닐까요.”
▼ 서현희 기자 h2@khan.kr
3대 메가프로젝트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규모나 속도나 광풍이다. 정부는 우리가 도약이냐 추락이냐를 가르는 기로에 서 있다고 연일 강조한다. 반도체 생태계를 무대로 본다면 가히 그렇다. 인공지능에 미래를 건 대자본들이 달려들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갈등의 핵심에도 반도체가 있다. 기술을 선점하고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와중에 메모리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한국에 돈다발이 쌓이고 있다. 이때다! 반도체 생산을 증폭하고 데이터센터를 대거 건설하고 피지컬 AI로 달려나가자!
무대를 우리 삶의 생태계로 옮겨서 보면 어떨까? ‘삼전닉스’가 역대 수출 기록을 경신하고 코스피 지수를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동안 무엇이 달라졌나. 2000년 이후 실업률은 최고를 기록했고 실질임금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100만명을 넘겼고 폐업률은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집값과 전월세가 들썩여 불안해졌고, 금리를 인상한다는 소식에 빚 갚을 일이 아득해졌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추락하고 있었다. 정부가 구조적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다. 격차가 심화되도록 틀 지워진 구조를 바꾸는 일이 늘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우호적 평가를 낳고 있다. 창원-기계, 거제-조선 같은 이름처럼 광주-반도체, 새만금-로봇 같은 이름을 얻으면 균형발전이 가능해질 것처럼 상상된다. 지역을 자본에 안기느라 쫓겨난 사람들, 불황의 늪에 빠져 떠나는 사람들은 그 이름 안에 없다. 게다가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가 압도적 규모의 물과 전기를 먹어치우며 내놓는 일자리는 제조업의 절반도 안 된다. 호황이 인들 지역이 윤택해지기 어렵다. 기업 투자를 놓고 경쟁하는 동안 지역에 그나마 남은 자생력까지 자본에 먹힐 것이다.
취임사에서 ‘박정희 정책’을 쓰겠다 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도약의 기억을 재현하고 싶은 듯하다. 연평균 10%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1인당 국민소득이 20배 늘어난 시기. 지표만이 아니다. 실업률이 하락하고 실질임금이 오르는 등 삶에 체감되는 변화가 있었다. 덕분에 그는 ‘독재는 했지만 경제는 잘한’ 인물로 기억된다. 그가 경로화한 경제구조는 후일 크고 작은 위기를 낳았고 2000년대 이후 경제성장 지표는 더는 ‘먹고사는 문제’와 연동되지 않는다. 그래도 ‘성장을 이룰 강한 지도자’의 기억은 살아남았다.
이재명 정부는 “기업의 시간표”에 맞춰 “국가 전 구성원이 단결하는” 총동원체제를 선포했다. 박정희 정부는 ‘정권의 시간표’에 맞췄다는 것이 다를까, ‘우리의 시간표’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재벌을 위한 총동원, 숫자만 내세우는 총동원이라는 점에서는 판박이다. 인공지능 투자 전망이 분분한 가운데 왜 우리 운명을 인공지능에 맡겨야 하느냐 질문할 자리는 없다. 살림이 피기를 바라는 마음들은 자본에 동원된다.
버려진 사람들은 기억되지 않았다. 마산 수출자유지역의 여성노동자, 양구 댐 수몰지역의 주민들, 농가부채에 짓눌린 농민들… 저항하는 이들은 방해꾼이 될 것이다.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 물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농민, 원전과 송전탑을 이고 살지 않겠다는 주민들, 인공지능에 정보든 암묵지든 넘겨주지 않겠다는 사람들… 대체불가한 삶들을 지우며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구호가 아찔하다.
민주주의 인식 조사에서 한국은 오랫동안 경제발전을 더 선호하는 결과를 보였다. 경제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 나라들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례적 현상이다. 지난해, 30년 만에 민주주의에 대한 선호가 경제발전을 앞질렀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사태를 겪은 후의 변화다. 동시에 우리는 경제적 불안과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권위주의에 대한 기대로 쏠리는 세계적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 앞에 두 가지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민주주의가 성장에 밀리지 않도록 지키는 일, 동시에 민주주의야말로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를 성장의 허상으로부터 탈환할 길임을 확인해가는 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세계정치학회 연설에서 “민주주의가 밥 먹여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광주에서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민주주의를 만들고 지켜온 호남에 대한 보상’이라고 했다. 메가프로젝트는 밥 먹여주지 않으며 민주주의는 반도체로 보상될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밥 지을 방법을 우리가 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우리의 땅, 물, 전기, 시간, 노동이, 광풍에 쓸려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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