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마케팅 출근길 경제경영…낮엔 판타지·무협…침대선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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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6-07-14 22:52본문
병원 마케팅 이용자 분석 ‘독서라는 사건’ 펴내‘내 서재’에 분야별 골고루 담지만최근 헤비 유저들 사이 소설 강세
아침에는 경제경영, 점심에는 판타지·무협, 밤에는 로맨스를 읽는 독자가 많다는 데이터가 공개됐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가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책 <독서라는 사건>(밀리의서재·정유라 지음, 오리지널스)에는 밀리의서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독자 분석 결과가 수록됐다.
하루가 시작하는 오전 6~9시에는 오디오북과 경제경영이 인기 카테고리였다.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혹은 경제경영서를 읽으며 출근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들이 자유를 느낄 점심시간(오전 11시~오후 1시)에는 판타지와 무협 장르 독서율이 가장 높았다. 오후 10시엔 시와 에세이를 기반으로 음악, 영상, 성우 낭독이 섞인 오브제북 독서 비율이, 오후 11시엔 로맨스 장르의 독서 비율이 최고점을 찍는 것으로 분석됐다.
책을 ‘내 서재’에 담았다가 실제로 읽는 비율(전환율)에도 분야별 차이가 있었다. 매거진이 88.9%로 가장 높았다. 어린이(77.9%), 독립출판(74.0%), 여행(73.5%)이 뒤를 이었다. 소설은 61.5%였다. 5권을 담았다면 3권은 읽는다는 뜻이다. 전환율이 낮은 분야는 역사(59.4%)와 사회(58.9%)였다. 매거진은 가볍게 읽기 좋아 전환율이 높지만, 역사·사회는 진입장벽 때문에 독서를 미뤄두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헤비 유저’의 움직임을 보면 시장의 흐름을 먼저 알 수 있다. 밀리의서재 데이터로 보면 최근에는 소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독서 시간 기준 상위 10%에 해당하는 독자들의 서재를 살펴보면, 2023년에는 상위 10권 중 자기계발서 2권, 경제경영서 2권, 소설 2권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었다. 가장 많이 담은 책은 자기계발서 <세이노의 가르침>이었다. 2025년에는 소설이 8권이고 자기계발서는 없었다. 가장 많이 담은 책은 성해나의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이었다.
이 수치는 지난 10년간 누적 회원 100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휴가지를 고민하는 계절이다. 으레 강릉이나 속초, 양양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7번 국도를 따라 조금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 보면 어떨까. 차창을 열면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먼저 마중을 나온다. 도로 위로 군용 트럭이 오가고 이정표의 지명이 차츰 낯설어질 무렵, 대한민국 최북단인 강원 고성군에 닿는다. 설악산과 금강산, 동해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땅이다. 이름난 피서지에 가려 한 박자 느리게 알려진 곳이지만, 그래서 더 귀하다. 아직 사람 손을 덜 탄 풍경이 곳곳에 남아 있으니 말이다. 번잡한 인파를 피해 느긋하게 머무는 여름, 고성으로 떠날 채비를 해보자.
금강산의 첫 봉우리, 신선대
민족의 명산 금강산을 휴전선 넘어 가지 않고도 오를 수 있는 길이 있다. 고성군 토성면, 화암사를 품은 신선봉이다. 일만이천이라는 금강산의 봉우리 가운데 가장 남쪽에 솟아, 예로부터 금강산의 첫 번째 봉우리로 꼽혀 온 산이다. 남과 북이 갈린 지금은 그 상징성이 한층 묵직하게 다가온다.
거창한 등반을 각오할 필요는 없다. 화암사 입구에서 신선대까지는 급경사인 ‘등산하는 길’과 완경사인 ‘산림치유 길’로 나뉘는데, 어느 쪽을 택하든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닿는다.
‘등산하는 길’에서는 쌀이 솟았다는 전설이 깃든 수바위, 시루떡을 닮은 시루떡바위가 차례로 말을 건넨다. ‘산림치유 길’을 고르면 오른편으로 신선봉과 상봉을 잇는 능선이 따라온다. 금강산 자락을 맨눈으로 마주하는 셈이다. 목적지인 신선대에 서면 신선이 풍류를 즐겼다는 이름값을 하는 너른 암반이 펼쳐진다.
여기서 남쪽 숲으로 난 오솔길을 몇 걸음만 더 들어가 보자. 울산바위가 빚어낸 절경이 불쑥 나타난다. 금강산이 되려고 울산에서 길을 떠났다가, 봉우리 수가 다 찬 뒤라 설악에 눌러앉았다는, 해발 873m의 화강암 덩어리다. 너른 바위에 걸터앉아 울산바위 너머 속초 시내까지 눈에 담으면 한여름 더위가 어느새 식는다.
산에서 내려온 뒤, 차분함이 필요하다면 화암사가 제격이다. 신라 혜공왕 5년(769) 진표 율사가 세웠다는 사찰로, 규모가 아담해 가벼운 걸음으로 호젓하게 거닐기에 알맞다. 대웅전 앞 범종은 누구나 한 번씩 울려 볼 수 있으니, 소원 하나쯤 빌어도 좋겠다. 경내 전통찻집에 앉아 통유리 너머 수바위와 초록 숲을 바라보며 마시는 전통차 한 잔. 그 여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걷거나 머물거나, 고성의 바다
초록 숲이 준 고요함으로 마음의 여백을 채웠다면, 이제 7번 국도가 닿는 푸른 바다로 시선을 돌릴 차례다. 고성의 바다를 누리는 길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마음에 드는 해변에 자리를 펴고 머무는 것이다. 고성에는 무려 30개의 해변이 있으니, 취향껏 고르면 된다. 가족과 함께라면 수심 얕고 백사장 너른 켄싱턴해변(켄싱턴리조트 앞 해변)이, 물속이 궁금하다면 바위가 숨은 봉포해변이 안성맞춤이다. 봉포와 붙어 있는 천진해변까지는 사실상 하나의 바다라 해도 좋다.
또 하나는 걷는 것이다. 동해를 따라 이어지는 해파랑길이 고성의 해안을 길게 훑는다. 바다에서 잠시 멀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니,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해변과 해변 사이에는 옛 정자도 숨어 있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에 오르면 일출과 월출이 아름답고, 절벽 위 천학정에서는 솔숲과 옥빛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다.
이 길의 백미는 능파대다. 가리비로 이름난 문암항과 백도해변 사이,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 군락이 늘어서 있다. 본래 바다에 솟았던 암초가 문암천이 실어 온 모래에 묻혀 육지와 이어진 자리다. 오랜 풍화가 빚어낸 타포니 지형으로,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이자 2021년 방탄소년단의 화보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무심코 걸으면 지나치기 쉬우니, 발걸음을 멈추고 꼭 둘러보자.
시간이 멈춘 호숫가 마을, 송지호와 왕곡마을
바닷가를 벗어나 죽왕면 안쪽으로 들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잔잔한 호수, 송지호다. 동해안에는 석호라 불리는 크고 작은 호수가 많은데, 강릉 경포호와 속초 영랑호가 그 대표 격이다. 석호란 한때 바다의 일부였다가 모래가 쌓이며 바다와 갈라선 호수를 말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이라 유기물이 풍부해, 바닷물고기와 민물고기가 한 물에서 뒤섞여 사는 독특한 생태계를 이룬다. 도미와 전어가 숭어, 잉어와 이웃하는 식이다. 그 풍요로움을 알고 겨울이면 천연기념물 고니를 비롯해 청둥오리와 기러기 떼가 날아드는 철새도래지이기도 하다.
송지호가 남다른 까닭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데 있다. 잔잔한 물가를 따라 울창한 소나무 숲과 오솔길이 이어질 뿐, 요란한 것이 없다. 호수를 두르는 둘레길은 해안을 훑어 온 해파랑길과도 한 자락 맞닿는다. 저 멀리 솟은 설악산과 울산바위의 근엄한 자태를, 길섶으로 펼쳐지는 목가적인 농촌 풍경을 곁에 두고 한 걸음씩 걸어 보자. 비행접시를 닮은 송지호관망타워에 오르면 호수와 동해, 건너편 옛 마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관망타워에서 바라보이는 그 마을이 바로 왕곡마을이다. 다섯 봉우리에 둘러싸인 오봉리에 깃든, 조선 후기 북방식 한옥이 밀집한 국내 유일의 전통마을이자 보존지구다. 고려 말 조선 건국에 반대해 낙향한 함부열의 후손이 이곳에 뿌리를 내리면서 비로소 마을이 모습을 갖췄다. 2000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감싼 덕분일까. 한국전쟁의 포화마저 이 마을만은 비켜갔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마을 안길로 들어서면 시간이 멎은 듯하다. 안방과 부엌, 외양간을 한 채에 들인 양통집은 길고 추운 강원 북부의 겨울을 나기 위한 지혜다. 굴뚝마다 항아리를 엎어 둔 모습도 정겹다. 굴뚝에서 튄 불씨가 초가지붕에 옮겨붙는 것을 막으려던 옛사람들의 궁리 결과다. 눈에 갇히지 않으려 대문도 담장도 두지 않은 앞마당을 지나노라면, 영화 <동주>의 한 장면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이 북방의 옛 멋을 여러 영화와 드라마가 배경으로 빌렸으니, 마을 구석구석 흩어진 촬영지를 슬렁슬렁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 깊이 머물고 싶다면 한옥에서 하룻밤을 청해도 좋다. 마당에 어둠이 내리고 별이 돋는 밤, 마루에 앉아 듣는 풀벌레 소리는 한여름의 사치다.
대한민국 최북단에서, 대진항
이왕 여기까지 왔다면 갈 수 있는 가장 북쪽까지 가보자. 대한민국 최북단 항구인 대진항이다. 이 일대의 특산물은 문어. 수십㎏에 달하는 대왕문어가 심심찮게 올라와, 항구 인근 시장이 늘 활기로 북적인다. 대진항은 먹거리만으로 기억되는 항구는 아니다. 바다 깊숙이 철제 덱을 놓은 대진항해상공원에서는 물 위를 걷듯 사뿐히 발을 내디딜 수 있다. 알록달록 색을 입힌 테트라포드가 눈길을 끌고, 대진항 명물인 문어를 재치 있게 표현한 캐릭터 ‘대무너즈’ 조형물이 곳곳에서 여행자를 반긴다. 해안 도로변 무지개색 경계석 앞에서 사진 한 장 남기는 일도 잊지 말자.
금강산의 첫 봉우리에서 더위를 식히고, 마음에 드는 바다를 거닐고, 호숫가 옛 마을에서 시간을 거슬러, 끝내 최북단 항구에 닿는 여정. 고성의 여름은 요란하지 않다. 대신 오래 곁에 머문다. 인파에 떠밀리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걷고 싶다면, 이 느린 땅이 답일지 모른다. 고성의 이 한갓진 하루가 올여름 당신을 기다린다.
아침에는 경제경영, 점심에는 판타지·무협, 밤에는 로맨스를 읽는 독자가 많다는 데이터가 공개됐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가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책 <독서라는 사건>(밀리의서재·정유라 지음, 오리지널스)에는 밀리의서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독자 분석 결과가 수록됐다.
하루가 시작하는 오전 6~9시에는 오디오북과 경제경영이 인기 카테고리였다.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혹은 경제경영서를 읽으며 출근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들이 자유를 느낄 점심시간(오전 11시~오후 1시)에는 판타지와 무협 장르 독서율이 가장 높았다. 오후 10시엔 시와 에세이를 기반으로 음악, 영상, 성우 낭독이 섞인 오브제북 독서 비율이, 오후 11시엔 로맨스 장르의 독서 비율이 최고점을 찍는 것으로 분석됐다.
책을 ‘내 서재’에 담았다가 실제로 읽는 비율(전환율)에도 분야별 차이가 있었다. 매거진이 88.9%로 가장 높았다. 어린이(77.9%), 독립출판(74.0%), 여행(73.5%)이 뒤를 이었다. 소설은 61.5%였다. 5권을 담았다면 3권은 읽는다는 뜻이다. 전환율이 낮은 분야는 역사(59.4%)와 사회(58.9%)였다. 매거진은 가볍게 읽기 좋아 전환율이 높지만, 역사·사회는 진입장벽 때문에 독서를 미뤄두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헤비 유저’의 움직임을 보면 시장의 흐름을 먼저 알 수 있다. 밀리의서재 데이터로 보면 최근에는 소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독서 시간 기준 상위 10%에 해당하는 독자들의 서재를 살펴보면, 2023년에는 상위 10권 중 자기계발서 2권, 경제경영서 2권, 소설 2권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었다. 가장 많이 담은 책은 자기계발서 <세이노의 가르침>이었다. 2025년에는 소설이 8권이고 자기계발서는 없었다. 가장 많이 담은 책은 성해나의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이었다.
이 수치는 지난 10년간 누적 회원 100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휴가지를 고민하는 계절이다. 으레 강릉이나 속초, 양양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7번 국도를 따라 조금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 보면 어떨까. 차창을 열면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먼저 마중을 나온다. 도로 위로 군용 트럭이 오가고 이정표의 지명이 차츰 낯설어질 무렵, 대한민국 최북단인 강원 고성군에 닿는다. 설악산과 금강산, 동해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땅이다. 이름난 피서지에 가려 한 박자 느리게 알려진 곳이지만, 그래서 더 귀하다. 아직 사람 손을 덜 탄 풍경이 곳곳에 남아 있으니 말이다. 번잡한 인파를 피해 느긋하게 머무는 여름, 고성으로 떠날 채비를 해보자.
금강산의 첫 봉우리, 신선대
민족의 명산 금강산을 휴전선 넘어 가지 않고도 오를 수 있는 길이 있다. 고성군 토성면, 화암사를 품은 신선봉이다. 일만이천이라는 금강산의 봉우리 가운데 가장 남쪽에 솟아, 예로부터 금강산의 첫 번째 봉우리로 꼽혀 온 산이다. 남과 북이 갈린 지금은 그 상징성이 한층 묵직하게 다가온다.
거창한 등반을 각오할 필요는 없다. 화암사 입구에서 신선대까지는 급경사인 ‘등산하는 길’과 완경사인 ‘산림치유 길’로 나뉘는데, 어느 쪽을 택하든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닿는다.
‘등산하는 길’에서는 쌀이 솟았다는 전설이 깃든 수바위, 시루떡을 닮은 시루떡바위가 차례로 말을 건넨다. ‘산림치유 길’을 고르면 오른편으로 신선봉과 상봉을 잇는 능선이 따라온다. 금강산 자락을 맨눈으로 마주하는 셈이다. 목적지인 신선대에 서면 신선이 풍류를 즐겼다는 이름값을 하는 너른 암반이 펼쳐진다.
여기서 남쪽 숲으로 난 오솔길을 몇 걸음만 더 들어가 보자. 울산바위가 빚어낸 절경이 불쑥 나타난다. 금강산이 되려고 울산에서 길을 떠났다가, 봉우리 수가 다 찬 뒤라 설악에 눌러앉았다는, 해발 873m의 화강암 덩어리다. 너른 바위에 걸터앉아 울산바위 너머 속초 시내까지 눈에 담으면 한여름 더위가 어느새 식는다.
산에서 내려온 뒤, 차분함이 필요하다면 화암사가 제격이다. 신라 혜공왕 5년(769) 진표 율사가 세웠다는 사찰로, 규모가 아담해 가벼운 걸음으로 호젓하게 거닐기에 알맞다. 대웅전 앞 범종은 누구나 한 번씩 울려 볼 수 있으니, 소원 하나쯤 빌어도 좋겠다. 경내 전통찻집에 앉아 통유리 너머 수바위와 초록 숲을 바라보며 마시는 전통차 한 잔. 그 여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걷거나 머물거나, 고성의 바다
초록 숲이 준 고요함으로 마음의 여백을 채웠다면, 이제 7번 국도가 닿는 푸른 바다로 시선을 돌릴 차례다. 고성의 바다를 누리는 길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마음에 드는 해변에 자리를 펴고 머무는 것이다. 고성에는 무려 30개의 해변이 있으니, 취향껏 고르면 된다. 가족과 함께라면 수심 얕고 백사장 너른 켄싱턴해변(켄싱턴리조트 앞 해변)이, 물속이 궁금하다면 바위가 숨은 봉포해변이 안성맞춤이다. 봉포와 붙어 있는 천진해변까지는 사실상 하나의 바다라 해도 좋다.
또 하나는 걷는 것이다. 동해를 따라 이어지는 해파랑길이 고성의 해안을 길게 훑는다. 바다에서 잠시 멀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니,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해변과 해변 사이에는 옛 정자도 숨어 있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에 오르면 일출과 월출이 아름답고, 절벽 위 천학정에서는 솔숲과 옥빛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다.
이 길의 백미는 능파대다. 가리비로 이름난 문암항과 백도해변 사이,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 군락이 늘어서 있다. 본래 바다에 솟았던 암초가 문암천이 실어 온 모래에 묻혀 육지와 이어진 자리다. 오랜 풍화가 빚어낸 타포니 지형으로,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이자 2021년 방탄소년단의 화보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무심코 걸으면 지나치기 쉬우니, 발걸음을 멈추고 꼭 둘러보자.
시간이 멈춘 호숫가 마을, 송지호와 왕곡마을
바닷가를 벗어나 죽왕면 안쪽으로 들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잔잔한 호수, 송지호다. 동해안에는 석호라 불리는 크고 작은 호수가 많은데, 강릉 경포호와 속초 영랑호가 그 대표 격이다. 석호란 한때 바다의 일부였다가 모래가 쌓이며 바다와 갈라선 호수를 말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이라 유기물이 풍부해, 바닷물고기와 민물고기가 한 물에서 뒤섞여 사는 독특한 생태계를 이룬다. 도미와 전어가 숭어, 잉어와 이웃하는 식이다. 그 풍요로움을 알고 겨울이면 천연기념물 고니를 비롯해 청둥오리와 기러기 떼가 날아드는 철새도래지이기도 하다.
송지호가 남다른 까닭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데 있다. 잔잔한 물가를 따라 울창한 소나무 숲과 오솔길이 이어질 뿐, 요란한 것이 없다. 호수를 두르는 둘레길은 해안을 훑어 온 해파랑길과도 한 자락 맞닿는다. 저 멀리 솟은 설악산과 울산바위의 근엄한 자태를, 길섶으로 펼쳐지는 목가적인 농촌 풍경을 곁에 두고 한 걸음씩 걸어 보자. 비행접시를 닮은 송지호관망타워에 오르면 호수와 동해, 건너편 옛 마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관망타워에서 바라보이는 그 마을이 바로 왕곡마을이다. 다섯 봉우리에 둘러싸인 오봉리에 깃든, 조선 후기 북방식 한옥이 밀집한 국내 유일의 전통마을이자 보존지구다. 고려 말 조선 건국에 반대해 낙향한 함부열의 후손이 이곳에 뿌리를 내리면서 비로소 마을이 모습을 갖췄다. 2000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감싼 덕분일까. 한국전쟁의 포화마저 이 마을만은 비켜갔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마을 안길로 들어서면 시간이 멎은 듯하다. 안방과 부엌, 외양간을 한 채에 들인 양통집은 길고 추운 강원 북부의 겨울을 나기 위한 지혜다. 굴뚝마다 항아리를 엎어 둔 모습도 정겹다. 굴뚝에서 튄 불씨가 초가지붕에 옮겨붙는 것을 막으려던 옛사람들의 궁리 결과다. 눈에 갇히지 않으려 대문도 담장도 두지 않은 앞마당을 지나노라면, 영화 <동주>의 한 장면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이 북방의 옛 멋을 여러 영화와 드라마가 배경으로 빌렸으니, 마을 구석구석 흩어진 촬영지를 슬렁슬렁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 깊이 머물고 싶다면 한옥에서 하룻밤을 청해도 좋다. 마당에 어둠이 내리고 별이 돋는 밤, 마루에 앉아 듣는 풀벌레 소리는 한여름의 사치다.
대한민국 최북단에서, 대진항
이왕 여기까지 왔다면 갈 수 있는 가장 북쪽까지 가보자. 대한민국 최북단 항구인 대진항이다. 이 일대의 특산물은 문어. 수십㎏에 달하는 대왕문어가 심심찮게 올라와, 항구 인근 시장이 늘 활기로 북적인다. 대진항은 먹거리만으로 기억되는 항구는 아니다. 바다 깊숙이 철제 덱을 놓은 대진항해상공원에서는 물 위를 걷듯 사뿐히 발을 내디딜 수 있다. 알록달록 색을 입힌 테트라포드가 눈길을 끌고, 대진항 명물인 문어를 재치 있게 표현한 캐릭터 ‘대무너즈’ 조형물이 곳곳에서 여행자를 반긴다. 해안 도로변 무지개색 경계석 앞에서 사진 한 장 남기는 일도 잊지 말자.
금강산의 첫 봉우리에서 더위를 식히고, 마음에 드는 바다를 거닐고, 호숫가 옛 마을에서 시간을 거슬러, 끝내 최북단 항구에 닿는 여정. 고성의 여름은 요란하지 않다. 대신 오래 곁에 머문다. 인파에 떠밀리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걷고 싶다면, 이 느린 땅이 답일지 모른다. 고성의 이 한갓진 하루가 올여름 당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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