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팔로워 [정동칼럼]‘메가’ 이전에 ‘숙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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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6-07-15 14:25본문
인스타 팔로워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를 정리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206쪽에 달하는 문서이다.
‘메가’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니, 다섯 군데에서 ‘메가’라는 단어가 검색된다. 주로 규제를 완화하는 ‘메가특구’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숙의’라는 단어로도 검색해보았다. 열 군데에서 ‘숙의’라는 단어가 검색된다. ‘국민의 국정 참여와 숙의 공론을 활성화함으로써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제고하고 국민주권을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 정부를 보면 ‘숙의’는 사라지고 ‘메가’만 외치는 느낌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도 그렇다. 발표 전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등은 ‘그동안 보지 못한 (큰) 숫자를 보게 될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다.
그러나 숫자는 어마어마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망연자실한 농민에게, 당장 안정된 주거가 필요한 사람에게, 일자리와 소득이 부족하고 미래가 불안한 사람에게 이런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나?
수도권 일극 집중을 해소하겠다는 방향은 필요하다. 그러나 수도권 일극 집중은 ‘큰 숫자’를 제시한다고 해서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 집중을 강화하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예를 들면 비수도권에서 의대 인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수도권 병원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변칙 사례가 있다. 이런 사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비수도권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개선하고, 교육·돌봄·대중교통 등부터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균형발전을 하겠다면, 수도권의 전력수요부터 분산시켜야 한다. 수도권은 발전량에 비해 너무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10%대, 경기도의 전력자급률은 60%대에 불과하다. 그래서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선들이 숱하게 건설됐다. 그런데도 수도권에 새로운 대규모 공장을 짓겠다는 것은 비수도권을 전력식민지로 고착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력도 없는 용인에 원전 10기 분량의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 국가산단을 조성하겠다는 것부터 멈춰야 한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아무 대책도 없이 2023년 3월15일 발표했고, 이후 졸속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착공도 안 했고, 토지 보상률도 절반 이하 수준이다. 정치적 부담이 있더라도 이런 사업부터 재검토해야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숙의 공론’의 장을 열면 된다.
또한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전후의 사정들을 보면, 갈팡질팡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재생가능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원전을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동문서답’ 같은 얘기이다. 원전은 경직성 전원으로 분류된다. 수시로 출력을 제어할 수 있는 발전소가 아니다. 간헐성을 보완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발전소다. 무엇보다도 10만년 이상 보관해야 할 ‘사용후 핵연료’의 처분 방법도 아직 찾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원전을 확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외국 기업을 위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대거 설치하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데이터센터가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도 전기요금 상승, 수자원 고갈 등을 낳는 데이터센터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해지는 기후위기를 생각해도, 물과 에너지는 주권 차원에서 확보하고 관리해야 한다. 함부로 외국 기업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늘릴 일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속도’를 강조하는데,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속도도 낼 수 있다. 자동차가 엉뚱한 길로 방향을 잡고 속도를 내면 어떻게 되겠나? 재검토해야 할 것은 재검토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얘기를 쏟아내는 것은 혼란과 갈등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올라타는 것일 뿐이다. 자칫 잘못하면 ‘메가프로젝트’가 아니라 ‘메가혼란’만 부추길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숙의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 때부터 잘못 추진되어온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같은 사업은 재검토를 위한 숙의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나 원전 확대 여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참여하는 숙의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바 아닌가?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정책 결정의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국민주권은 훼손될 뿐이다. 국민주권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문제일수록 숙의 공론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2
솔베이 발레 지음 | 손화수 옮김
은행나무 | 각 244쪽·284쪽 | 각 1만7000원
타라는 프랑스의 조용한 마을에서 남편 토마스와 고서적상을 운영한다. 11월17일 2박3일 일정으로 출장을 떠난다. 보르도 경매장을 방문해 책을 구매하고 파리 호텔에서 묵는다. 18일엔 파리 고서점들을 들르고 지인들도 만난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 11월19일 아침, 그는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닫는다. 손에 든 조간신문의 날짜는 여전히 11월18일이고 어제 보았던 투숙객은 전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빵을 떨어뜨린다. 전날 만났던 지인들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오늘이 11월18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반복되는 11월18일에 갇혀버린다.
덴마크 작가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는 주인공이 매일 같은 날을 반복하는 ‘타임 루프’ 소재의 이야기다. 작가는 1987년에 처음 이런 설정을 고안했지만,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해 묵혀두었다가 2020년이 돼서야 총 7권의 시리즈로 출간을 시작한다.
같은 날을 반복해서 산다는 설정에 1993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다. 영화는 까칠한 기상통보관 필 코너스(빌 머리)가 매년 2월2일 개최되는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를 반복해서 살아가며 타인에 대한 인정과 사랑을 깨닫는 로맨틱 코미디다. 타임 루프라는 소재를 재밌고 따뜻하게 구현한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발레 역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거론하며 훌륭한 작품이라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세부 설정으로 들어가면 영화와 소설은 차이점이 있다. 영화에서 필은 항상 같은 곳에서 깨어나며 자살 시도를 해도 죽지 않는다. 소설에서 타라는 반복되는 시간에 갇혀 있지만 공간은 이동할 수 있다. 타라는 파리를 떠나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남편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당황한 남편과 11월18일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보지만, 하루가 지나면 남편은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영화에서 필이 시간이 지날수록 타인과의 유대 방법을 알아가는 것과 달리, 소설에서 타라는 점점 고독해진다.
같은 날이 반복되지만 타라를 둘러싼 변화는 누적된다. 첫 11월18일에 생겼던 상처는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아문다. 머리카락도 자라고 손톱도 자란다. 첫 11월18일에 샀던 물건 일부는 이후 사라지지만 일부 물건은 그 곁에 그대로 남는다. 무엇보다 그가 소비한 것은 사라진다. 남편이 마트에서 산 음식은 다음 11월18일이 시작되면 다시 마트에 진열되지만, 그가 먹은 음식은 그대로 사라진다. 타라는 “토마스는 저절로 수선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흔적을 남기는 것은 나다. 나는 이 한정된 세계를 갉아먹는 존재, 하나의 괴물이 되어버렸다”고 느낀다.
소설은 타라가 써가는 일기처럼 구성돼 있다. 그는 첫 11월18일로부터 날짜를 세어가며 반복되는 날을 ‘#1’ ‘#2’ ‘#3’ 순으로 구분한다. 이때 타라에게 시간은 선형으로 흐르지 않고 부피로 누적된다. 1권에서는 타라가 느끼는 당황과 고독이 섬세하게 다뤄진다. 어느덧 ‘#365’를 맞고 1년이 지났음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2권의 이야기가 시작한다. 2권에서 타라는 변화를 찾아 나선다. 유럽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계절을 경험한다. 마치 시간이 흐르는 듯한 변화를 공간의 이동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다.
타라의 11월18일은 누적돼 ‘#1000’을 넘긴다. 타라는 쌓여가는 시간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지만 여전히 공허하기도 하다. 그와 함께 남는 것은 그가 소비하고 난 쓰레기들뿐이다. 그리고 2권의 마지막, 소설은 어쩌면 타라처럼 시간에 갇힌 이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건넨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시리즈는 현재 덴마크에서 6권까지 나왔고 영미권에는 4권까지 번역 출간됐다. 1권은 2025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고, 국내에 발매되지 않은 3권은 올해 SF 문학상인 로커스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국내엔 이번에 1·2권이 함께 출간됐다. 책은 SF적 상상력 속에 관계와 고독, 한정된 세계와 소비의 문제까지 다양한 현실을 녹여낸다. 앞으로 시리즈에서 펼쳐질 이야기가 기대되는 것은 미스터리한 설정 외에도 이처럼 현실에 기반한 문제의식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부동산 공급과 금융, 세제 등의 대책을 놓고 3일 연속 열리는 부동산 대토론회 첫날, 세입자에 초점을 맞춘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비롯해 비아파트 공급 확대, 지자체와 갈등 해소 대책 시급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서울 중구 정동 1928아트센터에서 학계·건설업계·공공기관 등 전문가와 시민 등 50여명을 초청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국토부는 사전에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비아파트 공급 여건 개선, 임대주택 공급 주체 다변화 등 7개 세부 주제를 선정해뒀고, 각계 참석자들이 2시간 넘게 의견을 냈다.
가장 먼저 논의된 건 공급이 정체된 비아파트 문제였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90년 만든 다세대·연립주택 층수 기준이 4층 이하인데, 지금 아파트가 60층까지 지어지는 시대엔 너무 과도하다“며 ”획기적으로 바꿔야만 좋은 품질의 비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고 했다.
강경훈 진경건설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후 부동산 장기침체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힘들다”며 “지난해 9·7대책 이후 주택 매매업·임대사업자 LTV(담보인정비율)를 0%로 규제하면서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용산정비창 등 도심 유휴부지 공급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입장차로 주택 공급이 정치 쟁점화되는 상황을 해소하고 속히 공급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용진 대한토지신탁 리츠1본부장은 “미국에서 발표한 주택 공급 촉진법처럼 기금을 만들고,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거나 인허가를 해결하게 하면 기금에서 추가 지원하게 하는 것과 같은 혜택을 줌으로써 전체적인 구조를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가로 주택 공급이 가능한 부지 제안도 나왔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준공업지역 등 도심 저이용 부지를, 시행사인 대신이엔디 문길주 대표는 3기 신도시 등 택지지구의 미개발 용지를 주택 공급이 가능한 부지로 꼽았다.
이날 토론회에선 건설업계와 서울시에서 재건축·재개발시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나오자 참석자 중 일부에선 반발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토론이 마치 민원의 장 같아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공공주택의 임대·분양 비율 등에 관한 주거복지로드맵 등 이재명 정부의 안이 1년 넘게 없는데 토론을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소속 이강훈 변호사는 “공공주택 중 최소 50%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게 맞다”며 “주택도시기금을 확충해 재정 투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최하은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는 전세사기 방지와 민간 임대시장에 대한 관리 방안으로 “보증금 상한을 주택 가격의 70% 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 관계자들 발언 없이 참석자들만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마무리 발언에서 “장관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주택 문제 같다”며 “여러분의 의견을 잘 정리해서 전달할 것이고, 국토부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어 ‘부동산 망국’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그나마 (상황을) 좀 더 진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메가’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니, 다섯 군데에서 ‘메가’라는 단어가 검색된다. 주로 규제를 완화하는 ‘메가특구’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숙의’라는 단어로도 검색해보았다. 열 군데에서 ‘숙의’라는 단어가 검색된다. ‘국민의 국정 참여와 숙의 공론을 활성화함으로써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제고하고 국민주권을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 정부를 보면 ‘숙의’는 사라지고 ‘메가’만 외치는 느낌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도 그렇다. 발표 전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등은 ‘그동안 보지 못한 (큰) 숫자를 보게 될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다.
그러나 숫자는 어마어마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망연자실한 농민에게, 당장 안정된 주거가 필요한 사람에게, 일자리와 소득이 부족하고 미래가 불안한 사람에게 이런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나?
수도권 일극 집중을 해소하겠다는 방향은 필요하다. 그러나 수도권 일극 집중은 ‘큰 숫자’를 제시한다고 해서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 집중을 강화하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예를 들면 비수도권에서 의대 인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수도권 병원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변칙 사례가 있다. 이런 사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비수도권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개선하고, 교육·돌봄·대중교통 등부터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균형발전을 하겠다면, 수도권의 전력수요부터 분산시켜야 한다. 수도권은 발전량에 비해 너무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10%대, 경기도의 전력자급률은 60%대에 불과하다. 그래서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선들이 숱하게 건설됐다. 그런데도 수도권에 새로운 대규모 공장을 짓겠다는 것은 비수도권을 전력식민지로 고착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력도 없는 용인에 원전 10기 분량의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 국가산단을 조성하겠다는 것부터 멈춰야 한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아무 대책도 없이 2023년 3월15일 발표했고, 이후 졸속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착공도 안 했고, 토지 보상률도 절반 이하 수준이다. 정치적 부담이 있더라도 이런 사업부터 재검토해야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숙의 공론’의 장을 열면 된다.
또한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전후의 사정들을 보면, 갈팡질팡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재생가능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원전을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동문서답’ 같은 얘기이다. 원전은 경직성 전원으로 분류된다. 수시로 출력을 제어할 수 있는 발전소가 아니다. 간헐성을 보완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발전소다. 무엇보다도 10만년 이상 보관해야 할 ‘사용후 핵연료’의 처분 방법도 아직 찾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원전을 확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외국 기업을 위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대거 설치하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데이터센터가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도 전기요금 상승, 수자원 고갈 등을 낳는 데이터센터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해지는 기후위기를 생각해도, 물과 에너지는 주권 차원에서 확보하고 관리해야 한다. 함부로 외국 기업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늘릴 일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속도’를 강조하는데,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속도도 낼 수 있다. 자동차가 엉뚱한 길로 방향을 잡고 속도를 내면 어떻게 되겠나? 재검토해야 할 것은 재검토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얘기를 쏟아내는 것은 혼란과 갈등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올라타는 것일 뿐이다. 자칫 잘못하면 ‘메가프로젝트’가 아니라 ‘메가혼란’만 부추길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숙의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 때부터 잘못 추진되어온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같은 사업은 재검토를 위한 숙의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나 원전 확대 여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참여하는 숙의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바 아닌가?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정책 결정의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국민주권은 훼손될 뿐이다. 국민주권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문제일수록 숙의 공론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2
솔베이 발레 지음 | 손화수 옮김
은행나무 | 각 244쪽·284쪽 | 각 1만7000원
타라는 프랑스의 조용한 마을에서 남편 토마스와 고서적상을 운영한다. 11월17일 2박3일 일정으로 출장을 떠난다. 보르도 경매장을 방문해 책을 구매하고 파리 호텔에서 묵는다. 18일엔 파리 고서점들을 들르고 지인들도 만난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 11월19일 아침, 그는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닫는다. 손에 든 조간신문의 날짜는 여전히 11월18일이고 어제 보았던 투숙객은 전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빵을 떨어뜨린다. 전날 만났던 지인들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오늘이 11월18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반복되는 11월18일에 갇혀버린다.
덴마크 작가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는 주인공이 매일 같은 날을 반복하는 ‘타임 루프’ 소재의 이야기다. 작가는 1987년에 처음 이런 설정을 고안했지만,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해 묵혀두었다가 2020년이 돼서야 총 7권의 시리즈로 출간을 시작한다.
같은 날을 반복해서 산다는 설정에 1993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다. 영화는 까칠한 기상통보관 필 코너스(빌 머리)가 매년 2월2일 개최되는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를 반복해서 살아가며 타인에 대한 인정과 사랑을 깨닫는 로맨틱 코미디다. 타임 루프라는 소재를 재밌고 따뜻하게 구현한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발레 역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거론하며 훌륭한 작품이라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세부 설정으로 들어가면 영화와 소설은 차이점이 있다. 영화에서 필은 항상 같은 곳에서 깨어나며 자살 시도를 해도 죽지 않는다. 소설에서 타라는 반복되는 시간에 갇혀 있지만 공간은 이동할 수 있다. 타라는 파리를 떠나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남편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당황한 남편과 11월18일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보지만, 하루가 지나면 남편은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영화에서 필이 시간이 지날수록 타인과의 유대 방법을 알아가는 것과 달리, 소설에서 타라는 점점 고독해진다.
같은 날이 반복되지만 타라를 둘러싼 변화는 누적된다. 첫 11월18일에 생겼던 상처는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아문다. 머리카락도 자라고 손톱도 자란다. 첫 11월18일에 샀던 물건 일부는 이후 사라지지만 일부 물건은 그 곁에 그대로 남는다. 무엇보다 그가 소비한 것은 사라진다. 남편이 마트에서 산 음식은 다음 11월18일이 시작되면 다시 마트에 진열되지만, 그가 먹은 음식은 그대로 사라진다. 타라는 “토마스는 저절로 수선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흔적을 남기는 것은 나다. 나는 이 한정된 세계를 갉아먹는 존재, 하나의 괴물이 되어버렸다”고 느낀다.
소설은 타라가 써가는 일기처럼 구성돼 있다. 그는 첫 11월18일로부터 날짜를 세어가며 반복되는 날을 ‘#1’ ‘#2’ ‘#3’ 순으로 구분한다. 이때 타라에게 시간은 선형으로 흐르지 않고 부피로 누적된다. 1권에서는 타라가 느끼는 당황과 고독이 섬세하게 다뤄진다. 어느덧 ‘#365’를 맞고 1년이 지났음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2권의 이야기가 시작한다. 2권에서 타라는 변화를 찾아 나선다. 유럽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계절을 경험한다. 마치 시간이 흐르는 듯한 변화를 공간의 이동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다.
타라의 11월18일은 누적돼 ‘#1000’을 넘긴다. 타라는 쌓여가는 시간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지만 여전히 공허하기도 하다. 그와 함께 남는 것은 그가 소비하고 난 쓰레기들뿐이다. 그리고 2권의 마지막, 소설은 어쩌면 타라처럼 시간에 갇힌 이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건넨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시리즈는 현재 덴마크에서 6권까지 나왔고 영미권에는 4권까지 번역 출간됐다. 1권은 2025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고, 국내에 발매되지 않은 3권은 올해 SF 문학상인 로커스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국내엔 이번에 1·2권이 함께 출간됐다. 책은 SF적 상상력 속에 관계와 고독, 한정된 세계와 소비의 문제까지 다양한 현실을 녹여낸다. 앞으로 시리즈에서 펼쳐질 이야기가 기대되는 것은 미스터리한 설정 외에도 이처럼 현실에 기반한 문제의식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부동산 공급과 금융, 세제 등의 대책을 놓고 3일 연속 열리는 부동산 대토론회 첫날, 세입자에 초점을 맞춘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비롯해 비아파트 공급 확대, 지자체와 갈등 해소 대책 시급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서울 중구 정동 1928아트센터에서 학계·건설업계·공공기관 등 전문가와 시민 등 50여명을 초청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국토부는 사전에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비아파트 공급 여건 개선, 임대주택 공급 주체 다변화 등 7개 세부 주제를 선정해뒀고, 각계 참석자들이 2시간 넘게 의견을 냈다.
가장 먼저 논의된 건 공급이 정체된 비아파트 문제였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90년 만든 다세대·연립주택 층수 기준이 4층 이하인데, 지금 아파트가 60층까지 지어지는 시대엔 너무 과도하다“며 ”획기적으로 바꿔야만 좋은 품질의 비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고 했다.
강경훈 진경건설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후 부동산 장기침체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힘들다”며 “지난해 9·7대책 이후 주택 매매업·임대사업자 LTV(담보인정비율)를 0%로 규제하면서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용산정비창 등 도심 유휴부지 공급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입장차로 주택 공급이 정치 쟁점화되는 상황을 해소하고 속히 공급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용진 대한토지신탁 리츠1본부장은 “미국에서 발표한 주택 공급 촉진법처럼 기금을 만들고,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거나 인허가를 해결하게 하면 기금에서 추가 지원하게 하는 것과 같은 혜택을 줌으로써 전체적인 구조를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가로 주택 공급이 가능한 부지 제안도 나왔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준공업지역 등 도심 저이용 부지를, 시행사인 대신이엔디 문길주 대표는 3기 신도시 등 택지지구의 미개발 용지를 주택 공급이 가능한 부지로 꼽았다.
이날 토론회에선 건설업계와 서울시에서 재건축·재개발시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나오자 참석자 중 일부에선 반발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토론이 마치 민원의 장 같아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공공주택의 임대·분양 비율 등에 관한 주거복지로드맵 등 이재명 정부의 안이 1년 넘게 없는데 토론을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소속 이강훈 변호사는 “공공주택 중 최소 50%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게 맞다”며 “주택도시기금을 확충해 재정 투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최하은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는 전세사기 방지와 민간 임대시장에 대한 관리 방안으로 “보증금 상한을 주택 가격의 70% 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 관계자들 발언 없이 참석자들만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마무리 발언에서 “장관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주택 문제 같다”며 “여러분의 의견을 잘 정리해서 전달할 것이고, 국토부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어 ‘부동산 망국’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그나마 (상황을) 좀 더 진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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